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메뉴 건너뛰기

대중 글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참다운 진리의 기쁨 마음껏 맛보게 하리라     2006.9.13

 

 

“먹어야겠다.”
싯타르타가 6년간의 고행 끝에 깨달은 것은, ‘먹어야겠다’였습니다.

도무지 깨달음(열반)과는 점점 멀어지는 듯해서 조바심이 난 싯타르타는, 최후의 수행 방법으로 극단적 고행을 택했습니다. 장기간의 단식을 하고, 일부러 험한 바위에 앉아 참선을 하며 자신의 몸을 괴롭히고, 결가부좌한 다리 위에는 무거운 판석을 올려놓기까지 했답니다. 온갖 육체적 욕구에 반하는 금욕적 또는 자기 학대적 수행으로, 그는 극도로 쇠약해졌습니다.

“내 손과 발은 풀과 같이 가늘어져 힘이 없고, 척추뼈의 울퉁불퉁한 굴곡이 다 드러났으며, 황폐한 집의 서까래가 썩어 내려앉듯 내 갈비뼈는 부수어져버렸다. 눈은 움푹 꺼져버려 마치 어두운 우물 속의 바닥과 같다. 몸을 스치기라도 하면 체모가 썩은 뿌리와 함께 산산이 흩어 떨어진다.”

득도의 빛이 보이기는커녕,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극심한 암흑 속 절망입니다.

이 고행의 숲을 나온 싯타르타는 내란쟈라강에서 몸을 씻고, 강을 건너 저편을 가려 했습니다. 허약해진 그는 온 힘을 다했으나, 몇 번이고 미끄러 넘어져 강물에 휩쓸리면서 생명의 위협마저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강물은 석가의 무릎에도 못미치는 물이었다지요. 스스로를 참으로 한심하게 느낀 그는 “이 얕은 개울을 건널 힘도 없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저쪽 언덕(피안)으로 건네 줄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구할 힘도 없으면서 그 누구를 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이제 먹기로 합니다. 당시 인도 수행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단식수행을 버리기로 합니다. 바로 그때 싯타르타 앞에 나타나 따뜻한 우유죽을 보시한 사람이, 가장 처음 석가에게 귀의한 여성으로 일컬어지는 수쟈타입니다. 우유죽을 받아먹은 싯타르타의 몸엔 다시 뜨거운 피가 돌기 시작하고, 메마른 육체에 불이 지펴지면서 그의 영혼도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겠지요. 이를 먹고 체력을 회복한 석가는 보리수 아래에서 정진, 그가 그렇게 열망하던 생로병사를 초월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장기간 단식으로 허기졌던 그는 이 우유죽에서 다름 아닌 바로 ‘감로(甘露)’의 맛을 보았겠지요. 이렇게 내 속의 영혼을 일깨우는, 자성(自性)을 일깨우는, 또는 죽은 영혼까지 다시 살려낸다는 이 최고최상의 맛은 불교에서 감로(甘露, 감미로운 맛의 이슬)에 비유됩니다. 감로는 고대 인도 베다시대부터 ‘신(神)의 음료’로 알려져있던 것으로, 이를 마시면 영원히 죽지않는 불사(不死)의 영혼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늘의 술(天酒)’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 불로장생의 음료는 후에 불사열반(不死涅槃)에 비유되어, 불교에서는 열반(니르바나, 궁극의 깨달음 또는 해탈) 그 자체를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부처님의 설법을 ‘감로의 법문(法門)’이라고 하기도 하고 이 법문의 자비로움을 ‘감로의 법우(法雨)’라고도 하지요. 석가모니가 득도 후, 고심 끝에 깨달은 바를 설법하기로 결심하고 마침내 한 말은 “내 이제 감로(甘露)의 문을 여나니, 귀 있는 자 들으라, 낡은 믿음을 버리고”였습니다.

이 당당한 말씀. 그는 자신의 설법으로 ‘감로의 문’을 연다고 했습니다. 고통 속 중생의 영혼을 구제할 수 있다는 지극한 확신이 느껴집니다.

가는 여름이 아쉬워 서울 근교로 나가 파주 보광사(寶光寺)에 들렀습니다. 대웅보전 안의 좌측 영단(靈壇)에는 밝고 원색적인 색감이 아직도 그대로 살아있는 감로탱(甘露幀, 광무2(1898)년 작품)이 걸려 있었습니다. 물론 감로탱의 주인공은 바로 ‘감로’. 보통 감로탱 그림 중심부의 제단에는, 이 감로에 해당하는 온갖 음식과 진귀한 과일의 성찬(盛饌)이 가득 차려져 있습니다. 꽃과 위패와 번(幡)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이 감로단(甘露壇)을 중심으로, 위로는 여래 및 보살의 무리, 그리고 아래로는 아귀를 비롯한 고통 속 중생의 무리가 포진됩니다.

즉, ①제단 위에 늘어선 막강한 일곱 여래의 가피력으로→②가운데의 공양 음식은 ‘법(法)의 감로’로 변하여→③그 은혜가 중생에기 두루 미치게 된다는 것. 이것이 감로탱의 기본 구도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성찬이 이미 완벽하게 다 차려진 여타 감로탱과는 달리, 이 성대한 감로의식(우란분재)의 주인공인 ‘감로’가 이제 막 입장을 하는 장면입니다(그림1). 학수고대하던 성반(盛飯)이 영치기 영차 운반되어 옵니다(그림2). 일련의 스님들이 거대한 금빛 발우(어시발우)에 탐스럽게 담긴 성반을 조심스레 머리위로 받쳐들고 진입하자 제사장은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제단 바로 밑에는 이를 전달받아 올리려고 팔을 걷어붙이고 스님들이 릴레이 전달식으로 대기중입니다(그림3).

감로의 성반이 바야흐로 등장하여 이제 막 의례가 시작하려는 설레임의 광경을 그린 이러한 형식의 감로탱은, 이 작품 이외에도 특히 서울 및 경기지역 일대의 19세기말 작품(봉은사감로탱, 삼각산 청룡사감로탱, 백련사감로탱 등)에 공통적으로 나타나, 하나의 초본(불화의 밑그림)이 당시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 차려진 제단이 있는 감로탱보다 이러한 형식의 감로탱은, 작품에 묘한 다이나믹함을 더하고 마치 현장 생중계를 보는듯한 생생한 활력감을 부여합니다. 이 새로운 형식의 감로탱을 창안해낸 화사(畵師)의 창의력이 돋보입니다.

운반되어오는 이 법(法)의 식사(즉 감로)는, 물론 우선적으로 우리의 육체적 허기를 채우기 위함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정신적 허기를 채우기 위한 방편(方便)입니다. “먼저 맛있는 음식으로 굶주림을 달래게 하고, 그 다음엔 참다운 진리의 기쁨을 맛보게 하리라”라는 약사여래의 12대원 중 한 서원과도 그 의미가 일맥상통하는군요. 즉 ‘참다운 진리의 기쁨의 맛’이란, 법희식(法喜食) 선열식(禪悅食)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끊임없는 욕망으로 항상 굶주려있는 우리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 ‘궁극의 만찬’은 바로 이 ‘감로’일까요. (계속)

 

강소연 박사(홍익대학교 겸임교수)


  1. No Image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16) 19세기말 감로탱 <보광사 감로탱>(하)

    법의 단비로 중생 욕망 씻어주리라 2006.9.27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감로(甘露)가 운반되어 옵니다. 우란분재의 대미를 장식하는 핵심, 거대한 발우에 동산처럼 가득 쌓아올려진 흰 쌀밥, 성반(盛飯)이 등장합니다(그림4). 성반이 제단에 올려지면 시식단(施食...
    Date2016.03.03 By강소연 Views49
    Read More
  2. No Image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15) 19세기말 감로탱 <보광사 감로탱>(상)

    참다운 진리의 기쁨 마음껏 맛보게 하리라 2006.9.13 “먹어야겠다.” 싯타르타가 6년간의 고행 끝에 깨달은 것은, ‘먹어야겠다’였습니다. 도무지 깨달음(열반)과는 점점 멀어지는 듯해서 조바심이 난 싯타르타는, 최후의 수행 방법으...
    Date2016.03.03 By강소연 Views50
    Read More
  3. No Image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14) 조선왕실발원 <석가탄생도(하)> (日 후쿠오카 혼카쿠지 소장)

    ‘…유아독존’ 중생 구제 의지 뚜렷 2006.8.23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천상천하 유아독존 天上天下 唯我獨尊)” 석가모니가 처음 태어나자마자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사방으로 일곱 걸음씩 걸으시...
    Date2016.03.03 By강소연 Views58
    Read More
  4. No Image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13) <석가탄생도(상)> (日 후쿠오카 본악사本岳寺 소장)

    하늘 땅 모든 상서로운 기운이 부처님 탄생 찬비 2006.8.9 저 히마반트(雪山) 기슭 예부터 코사라국에 속하는 땅에 부와 용맹을 아울러 갖춘 한 단정한 부족이 삽니다. '태양의 후예'라 일컬어지는 내가 태어난 이 부족의 이름은 사아캬(釋迦), 나는 ...
    Date2016.03.03 By강소연 Views170
    Read More
  5. No Image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12) 고려불화 <오백나한도> (日 교토 지은원소장)

    거리감 없이 친근한 신선의 세계 2006.7.12 장엄한 산수 속에 석가삼존인가 하여 다가가 보니 수많은 봉우리와 계곡들 속엔 오백나한으로 가득 물결칩니다. 아니 바로 산봉우리와 능선, 언덕과 계곡들이 곧 오백나한이었습니다(그림1).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
    Date2016.03.03 By강소연 Views70
    Read More
  6. No Image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11) 조선왕실발원 <약사삼존십이신장도> (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 )

    단단히 무장하고 중생구제 실현토록 수호 2006.6.28 높은 수미좌에 강건한 자태로 앉아 있는 약사유리광여래, 가녀린 긴 손가락을 모아 합장하는 아리따운 일광보살과 월광보살. 찬연한 금빛 육신의 이들 약사 삼존은 주색 자색 청색의 명료한 채색과 다채롭...
    Date2016.03.03 By강소연 Views93
    Read More
  7. No Image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10) 고려 <수월관음도②> (日 교토 천옥박고관泉屋博古館 소장)

    아! 봄날씨같이 포근한 님 2006.6.14 금강보석 기암좌에 걸터앉은 수월관음의 발치 아래에는, 냇물이 흐르고 진귀한 산호와 보련화가 피어오르는 연못이 있습니다. 그 좌측 끝단에는 자그마한 선재동자(善財童子)가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예를 올리고 있습니...
    Date2016.03.02 By강소연 Views81
    Read More
  8. No Image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9) 고려 <수월관음도①> (日 교토 천옥박고관泉屋博古館 소장)

    '공교로움'으로 이룬 청정한 자비 2006.5.31 밤에 뒷산에 올랐습니다. 네온사인 현란한 도시의 밤이 발치 아래로 멀어져간 이후에야 달빛의 은은한 울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량의 소음이 아득히 사라진 뒤에야 달빛의 온화한 속삭임을 들을 수 ...
    Date2016.03.02 By강소연 Views79
    Read More
  9. No Image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8) 고려시대 <관경16관변상도>(日 쿄토 지은원 소장)

    마음으로 극락세계 이루네 2006.5.17 “…안팎이 투명하게 환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로 된 땅을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그 밑에는 금강과 칠보로 된 황금의 땅이 유리 대지를 팔방으로 받치고 있습니다. 또한 그 황금의 땅은 여덟모로 이루어지고 그 ...
    Date2016.03.02 By강소연 Views79
    Read More
  10.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7) 조선왕실발원 <관세음보살32응탱> (日 교토 지은원 소장)

    차별없이 들어주고 구제하시네! 2006.4.12 무진의보살이 물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무슨 인연으로 이름을 관세음(觀世音)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답하셨습니다. “한량없는 백 천 만억 중생이 갖은 고뇌를 받을 때, 관세음보...
    Date2016.03.02 By강소연 Views851
    Read More
  11.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6) 가마쿠라 시대 <화엄종조사회전-원효도> (日 교토 고산사 소장)

    지혜의 빛 밝힌 영원한 자유인 ‘원효’ 2006.3.29 “어찌 자유인을 억지로 노예로 만들려하십니까.” 남전 큰스님이 동산 양개(조동종 창시자 807~869)의 그릇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어리지만 갈고 닦아 볼 만한 재목이구나"라고 ...
    Date2016.03.02 By강소연 Views161
    Read More
  12.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5) 가마쿠라 시대 <화엄종조사회전-의상회> (日 교토 고산사 소장 )

    공경으로 사랑이룬 화엄 수호신 ‘선묘’ 2006.3.15 “어, 어라? 아아- 경솔하여라. 저게 무슨 짓인가” <의상도: 제3권 제1단의 화기> 정말 아차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멀어져만 가는 짙은 안개 속의 배를 바라만보고 섰던 선묘가 천길 ...
    Date2016.03.02 By강소연 Views196
    Read More
  13.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4) 조선전기<치성광여래강림도> (日 교토 고려미술관 소장)

    별자리에 담긴 불변의 진리 표현 2006.3.1 밤하늘을 마지막으로 올려다본 것이 언제였을까요? 철야로 켜져 있는 빌딩 숲의 불빛,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거리거리들. 잠들지 않는 대도시 속에 살며, 우리는 바로 머리 위에 드리운 커다란 하늘의 존재...
    Date2016.03.02 By강소연 Views224
    Read More
  14.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3) 고려후기 <비로자나삼천불도> (日 고베 다나카家 소장 )

    졸고 웃고 노래하는 표정의 화엄 2006.2.15 약 6년 전 일본 고베시립박물관에서 “한국불화로 보이는 작품이 창고에서 발견됐다”라는 연락이 와서 조사를 나갔습니다. 개인소장가가 기탁한 이 작품은 일본 가마쿠라시대 작품으로 분류돼 있고 고베...
    Date2016.03.02 By강소연 Views146
    Read More
  15.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2) 조선전기 <안락국태자경변상도> (日 청산문고 소장)

    원앙부인 통해 아낌없는 보살행 표현 2006.2.1 알고 가는 이도 끊어진 이런 혼미한 길에 누구를 보려고 울면서 왔느냐. 대자비 원앙새와 공덕 닦는 내 몸이 정각(正覺)하는 날에 만나보리라 <월인석보:제244곡> 국철 노선은 아예 다니지 않고 매우 뜸한 지방 ...
    Date2016.03.02 By강소연 Views127
    Read More
  16. 【현대불교신문】 불화 속의 명장면(1) 조선전기 <오불존도>속의 왕과 왕비 (日 십륜사 소장)

    염원과 사상적 깊이, 절묘한 조화 2006.1.18 숭유억불(崇儒抑佛)정책의 실행으로 전례 없는 불교의 암흑기로 치부되는 조선전기.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 통념을 단숨에 깨는 한 작품이 일본 효고(兵庫)현 정토종계 사찰 십륜사(十輪寺)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장...
    Date2016.03.02 By강소연 Views55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