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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땅 모든 상서로운 기운이 부처님 탄생 찬비    2006.8.9

 

 

저 히마반트(雪山) 기슭
예부터 코사라국에 속하는 땅에
부와 용맹을 아울러 갖춘
한 단정한 부족이 삽니다.

'태양의 후예'라 일컬어지는
내가 태어난 이 부족의 이름은 사아캬(釋迦),
나는 그 집에서 나와 수도자가 되었습니다.
이는 온갖 욕망을 좇고자 함이 아니었습니다.
< 경집(經集)3․1 출가경(出家經)>

일본 후쿠오카 도심 속, 높고 커다랗게 뻗어 올라간 빌딩 숲 사이에 혼카쿠지(本岳寺)라는 작은 전통 사찰이 있습니다. 이 사찰에는 전례없이 아름다운 '석가탄생도'(가로109.5×세로 145.0cm)가 한 점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석가 탄생의 무대가 되는 룸비니 동산은 마치 높은 월대와 같이 방형으로 구획되어 마련되어 있습니다(그림1). "좁던 동산이 넓어지고 흙과 돌이 다 금강이 되고 보배나무가 늘어서고 화만(꽃으로 엮은 늘어지는 다발)이 가득하며 보배로운 물이 흐르고 못에는 부용(연꽃)이 피고 천룡과 야차가 와서 합장합니다."(<석보상절>, 이하 작품 설명 인용문구 석보상절에서 발췌인용)

이 무대에서 바야흐로 펼쳐지는 ‘석가탄생’이라는 퍼포먼스를 찬미하러, 하늘과 땅의 모든 상서로운 기운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하늘에서는 오색구름을 타고 천룡팔부와 천인의 무리가 천상의 풍악을 울리고 향을 피우며 강림하고 있습니다. 이 구름에서는 영락과 꽃비가 내려와 룸비니 동산에 가득 흩뿌립니다."

"지상에서는 동산 나무의 열매가 저절로 열리며, 수레바퀴만한 청련화가 나며, 시든 나무에 꽃이 피며, 하늘 신령이 칠보 수레를 이끌고 오며, 땅에서 보배가 절로 나며, 좋은 향내가 절로 두루 퍼지고, 설산의 오백 사자가 문에 와서 늘어서며, 흰 코끼리가 뜰에 와서 노닙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천 5백년 전(기원전 5세기경) 인도 북방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 기슭의 사아캬(釋迦)족이라는 부족의 왕자로 석가모니(사아캬ㆍ무니)는 태어났습니다. 석가모니의 본명은 고타마 싯다르타. 성(姓)인 고타마는 ‘최상의 소를 가진 자’라는 뜻이고 싯다르타는 ‘목적을 성취한 자’라는 뜻입니다. ‘사아캬’족의 왕자가 ‘붓다’가 되었다하여, 존자(尊者, 높으신 분)라는 의미의 ‘무니’가 존칭으로 붙게 되었고, 이를 음역하여 석가모니(釋迦牟尼)가 된 것입니다. 즉 석가모니, 석가세존(釋迦世尊) 또 이의 약칭으로서의 석존(釋尊), 모두 같은 의미입니다.

‘붓다(Buddha, 佛陀)’라는 것은 범어(梵語 산스크리트어, 고대 인도어)로 ‘깨달은 자(覺者)’란 뜻이지요. 물론 석가 이전에도(과거7불, 연등불), 현재에도(아미타불, 약사불), 또 이후에도(미륵불) 수많은 붓다가 존재하고, 또 나도 노력하면 내 속의 불성(佛性)을 밝힐 수 있다하여, 모두 성불(成佛)을 향하여 석가모니의 역사적 실존 사례를 모델로, 또는 이를 스승삼아 정진에 정진을 거듭합니다. 이러한 수많은 붓다를 관통하는 본성, 진리(法) 그 자체를 이름하여 법신(法身, 비로자나)하니, 수많은 붓다는 모두 법신의 화현(化現)에 지나지 않고, 또 그 어느 화현도 바로 최고 최상인 불성(佛性)의 표현이겠지요. 바로 이것이 대승경전 또 이에 의거하는 불교미술과 조형을 아우르고 관통하는 논리이겠지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즐겨 쓰는 ‘부처’ㆍ‘부처님’의 어원은 과연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요? 그 해답은 에다도시오(江田俊雄, 일제시대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며 불교학 발전에 기여한 일본 불교학자)의 짧은 논문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고려초기 광종연간(약 10세기경) 찬술된 균여의 향가 <보현십원가>의 첫 구절, "마음의 붓으로 그려낸 부처 앞에 절하옵는 이 내 몸아"에서 부처는 '불체(佛體)'로 표기되고 '부텨'로 읽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조선전기 간행된 <몽산법어언해> <능엄경언해> 등 불전언해류와 최세진이 생활에서 상용되는 실용한자 위주로 정리한 <훈몽자회>(1527년, 아동용 한자학습서)에도 '불(佛)'은 '부텨'로 음운표기되어, 예로부터 한국의 고어(古語)로서 전래되어 내려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본 작품 중심부의 탄생장면(그림1)은 <월인석보>(1459년, 서강대도서관소장)에 첨부된 목판본의 ‘비람강생(毘藍降生)’ 장면과, 구도와 도상 내용 및 배치에 있어, 거의 일치하고 또 중국 일본에는 이와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 힘듦으로, 본 작품은 조선전기 왕실에서 나온 작품이라고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러한 견해에 필자가 그 설득력을 더하자면, 월인석보의 저본이 되는 석보상절(釋譜詳節) 서문에 '세존의 도를 이루신 일의 모양을 ‘그림으로’ 그리고 또 ‘정음으로’ 번역하여 새기니, 사람마다 쉽게 알아서 삼보에 나아가 귀의하게 되기 바란다'라고 쓰여있어, 이미 <석보상절>이 편찬(1447년 완성 1449년 간행)될 당시 글과 더불어 그림으로 병행되었고, 또 이것이 본도의 모본이자 조선시대 팔상도의 기원 역할을 했음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 석보상절>은 세조가 수양대군 시절 세종의 명으로, 석가모니 씨족의 계보와 그 일대기를 엮고 이를 한글로 번역한 것인데, 우리나라 최초의 불경 언해본이라는 귀중한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지요. 앞에서 본 작품을 설명하는 데 있어, 굳이 석보상절의 문구를 그대로 인용한 이유는, 작품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도상들과 명기된 도상명칭이 <석보상절>의 문구들과 구구절절 그대로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 석보상절> 본문의 출처는 <월인석보> 서문에 의하면 양(梁)대 석가보(釋迦譜), 당(唐)대의 석가씨보(釋迦氏譜)라고 하지만, 이들 역시 기존의 경전들에서 석가의 일대기와 행적으로 일종의 모듬 형식으로 엮어 편찬한 것입니다. 특히 본 작품 석가탄생장면(비람강생상)과 관련하는 대목은, 더 근본적으로는, <보요경(普曜經)> <수행본기경(修行本紀經)> <대화엄경(大花嚴經)> 등과 관계되니, 물론 수양대군이 이를 편찬할 당시 단지 <석가보>와 <석가씨보>를 참고하는 것을 넘어, 이들 석가 일대기와 관련된 다채로운 경전을 모두 아울러 우리에게 맞게끔 재편찬하여 새롭게 창조해 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석가의 전생인 선혜(善慧)비구는 그의 상서로운 꿈에 ‘한 손에는 태양을, 다른 한 손에는 달’을 잡았다고 합니다. 석가족은 ‘태양의 후예’라고 하니, 석가의 족보는 ‘빛의 계보’이고, 석가의 탄생은 곧 ‘빛의 탄생’이겠지요(그림3).

룸비니동산의 아름드리 무우수(無憂樹, 아쇼카나무)에 만발한 무우화(無憂華)의 아름다움에 끌려 이를 꺾으려 마야부인이 팔을 드는 순간, 그 겨드랑이에서 석가가 탄생했다지요(그림2). 로맨틱하고도 기이한 탄생. ‘아무런 시름이 없다’는 뜻의 이 무우수 아래에서 태어난 싯다르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극히 예민한 감수성과 침울한 우수로 가득 찬 태자로 성장합니다.(다음 연재에 계속)

 

강소연 박사(홍익대학교 겸임교수)

 
 
강소연(미술사학자ㆍ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연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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