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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에 담긴 불변의 진리 표현    2006.3.1

 

밤하늘을 마지막으로 올려다본 것이 언제였을까요? 철야로 켜져 있는 빌딩 숲의 불빛,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거리거리들. 잠들지 않는 대도시 속에 살며, 우리는 바로 머리 위에 드리운 커다란 하늘의 존재를 잊은 지 오래인 듯 합니다. 하늘의 달빛과 별빛의 청명한 신비로움과는 멀어진 지 오래인 듯 합니다.

여기에 소개하는 ‘치성광여래강림도’는 천상의 모든 별자리를 한 폭의 불화에 가득 옮겨놓은 매우 이채로운 작품입니다. 작품의 주존불인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는 조금은 생소한 명칭의 부처님 같이 느껴지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칠성각에 모셔진 부처님이 바로 치성광여래이고 또 칠성탱화의 주존불이기도 하십니다.
 

 
 
치성광여래강림도 전도.
 
 



치성광여래의 정체는 바로 하늘의 '북극성'입니다. 북극성은 유일하게 움직이지 않는 부동의 별로, 방위의 지침이 되고 또 무수한 별자리의 기준이 되는 축으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속성을 바탕으로, 더 나아가 북극성은 절대불변의 진리, 우주의 중심 등의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받게 됩니다.

천계의 중심에 대응하는 지상계의 중심으로 천자와 동일시되어, 그 신격화의 유구하고도 다양한 종교적 천문학적 전통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불교에서 이 북극성은, 본 작품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치성광여래로 신성시되어 숭배됩니다.
 

 
 
그림1-1
 
 



조선후기 사찰의 거의 전국적 분포를 보이는 칠성각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북극전 또는 북극보전(北極寶殿) 등의 현판이 확인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답니다. 본도의 치성광여래 좌우로는 해와 달에 해당하는 일광(日光)보살과 월광(月光)보살, 그 주변으로는 북두칠성에 대응하는 칠성보살, 또 그 주변으로는 오성(五星) 등이 주존을 보좌하며 중심군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 이 중심군을 한 번 더 외곽에서 둘러 협시하는 것은 28수에 해당하는 28성수신(星宿神, 그림3)입니다. 이 성수신의 머리 위에는 해당 별자리가 그려져 있고, 이들은 도교의 성군(星君)의 복장인 조복에 홀(笏)을 들고 있어, 도교적 성수신앙이 불교와 습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치성광여래가 천공의 모든 다양한 별자리를 거느리고 지상으로 왕림해 내려오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기에 ‘치성광여래제성강림도(熾盛光如來諸星降臨圖)’라고도 부릅니다.
 

 
 
그림1-2
 
 



작품의 가장 윗부분에는 좌우 6개의 원 안에 12궁(그림1)이 그려져 있습니다. 본래 바빌로니아에 그 기원을 두는 그리스의 황도 12궁체계가 동점되어 중국으로 전파된 것인데, 본래 서양 전래의 별자리 도상이 참으로 긴 세월 동안 그대로 유전되어 중국을 거쳐 결국 조선전기 16세기 작품(1569년)인 본 그림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도상과 그 성립 전거에 있어서의 필연적 상관성과 역사적 유구성의 무게를 느낄 수 있습니다.

본존불의 바로 우측에는 북두칠성의 별자리와 함께 칠성신(보성과 필성을 더해 합 9성, 그림2)이 따로 강조되어 그려져 있습니다. 이 북두칠성의 존재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 쉽게 찾을 수 있어 예로부터 항로나 육로 여행자들의 길잡이와 같은 역할을 했고, 또 그 위치변화는 사계절을 알려주는 지표였습니다. 특히 한국 불교에서는 칠성여래로 신격화되어 생명을 주관하는 신으로서 ‘대중의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그림2
 
 



본도‘치성광여래강림도’에 나타나는 북두칠성신은 조선전기 어느 시점부터 그 대중적 인기와 더불어 ‘여래형’으로 승격하여, 특히 조선후기에는 칠성불 또는 칠성여래로, 민간과 가장 친근한 부처님 중 한 분으로 대대적으로 유행합니다.

이러한 칠성여래의 강조 현상과 더불어 조금은 부르기 어려운 ‘치성광여래도’라는 명칭에서 ‘칠성탱’으로의 전이가 옵니다. 또 치성광여래와 칠성여래의 신앙적 기능은 충첩되고 서로 보완적 형태를 띠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치성광여래강림도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불화장르인 칠성탱화의 모태가 되는 귀중한 작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림3
 
 



<치성광여래소제일체재다라니경>(약칭, 고려대장경 권34-95)에는 ‘별자리의 운행(또는 천체의 운행)에 의해 생겨나는 지상의 일체의 재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단을 세우고 이 치성광법 다라니를 독송하면 일체의 재난이 소멸된다’라고 쓰여 있어 그 신앙적 기능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즉 성수의 변화에 의해 지상의 변화가 야기되고, 또 개인 및 국가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운명속성설’ 또는 ‘생명속성설’은, 본래 하늘과 땅이 서로 감응하여 움직인다는 ‘천인감응설’에 그 사상적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하늘의 뜻은 천공의 별들의 운행으로 점쳐지기도 했고, 천재지변 및 자연재해 등은 하늘과 땅을 잇는 군주의 부도덕한 소치로 읽혀지기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요.

‘천지가 합일하고 일월이 빛나며/ 사계절이 순서에 따라 찾아오고/ 별들이 운행하고/ 강물이 흐르고/ 만물이 창성하고/ 좋아하고 싫어함에 절도가 있고/ 즐거움과 성냄이 합당함을 얻게 되고/ 그리하여 백성된 사람은 순종하고/ 왕이 된 사람은 명철해 진다.’

사마천의 사기 <예서>의 한 구절은 이 천인감응설을 매우 유려하고도 명료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문구의 앞에는, 말하자면, ‘體(내용ㆍ본질)와 用(형식ㆍ수식)을 겸비한 예(禮)가 갖추어 지면’이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즉, 지상의 예제(풍속과 제도)가 사람들의 보편적 정서와 하늘의 뜻에 부합하여 잘 운영되었을 때 저절로 얻어지는 지상의 아름다운 평화를 읊은 것입니다. 고전들을 살펴보면 옛 사람들은 현대인보다 하늘에 훨씬 더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연에 덜 오만하고, 천체의 운행에 다시 한번 하늘의 뜻을 가늠하고, 또 자신을 돌아보고 겸손해지는 기회를 가졌던 것은 아닐까요?

특히 조선후기에는 다양한 별자리신 중에서도 가장 민간에 친숙했던 칠성여래가, 그 많은 신앙적 기능 중에서도 생명을 주관하는 ‘수명 연장의 신’으로서의 기능이 강조되어 숭배되어 졌습니다. 여기 소개한 치성광여래강림도는 우리에게 친숙한 칠성탱의 연원적 유래를 보이는 작품입니다. 칠성탱은 반드시 치성광여래를 주존으로 하기 때문에, 그 정식 학술적 명칭은 치성광여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오늘날에도 이 칠성각에서 기도되는 수많은 염원들, 지병을 낫게 해달라는,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달라는, 아이를 점지해 달라는, 재난을 소멸케 해달라는, 공부에 진보가 있게 해달라는, 제짝을 만나게 해달라는 등의 이 지상의 갖가지 간절한 소원들이, 불화 속에 왕림한 별자리 부처님을 통해 하늘에 가 닿기를 기원해봅니다.

 

강소연 박사(홍익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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