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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신앙 불교로 포용되어 '칠성여래'로 탄생    2007.6.20

 

 

아이를 점지해 주고 또 무병장수케 해주는 칠성님이 부처님으로, 즉 칠성여래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전국의 거의 모든 사찰 한 켠에서 찾아볼 수 있는 칠성각에 모셔진 칠성여래는, 예부터 우리 민족에게 매우 친숙한 칠성님이 부처님으로 화신하신 것이다.

집안의 장독대 위에 정화수 한 사발을 떠놓고 밤하늘의 북두칠성을 향하기만 하면 가장 간단한 제단이 마련되는 셈이다. 그 앞에서 두 손 모아 빌었던 어머니들의 자식을 위한 염원은, 그 어떤 화려한 제사에서보다 뜨겁고 간절하여, 그 파장은 밤하늘 총총 북두칠성님께 가 닿고도 남았음직하다.

칠성신앙은 종파나 그 영향관계를 따지기 힘들 정도로 고대국가 성립기에서부터 그 유래가 깊은 범국가적 범지역적 신앙이었다. 조선시대 문헌기록을 소급해보면, 수명을 관장하는 신ㆍ나쁜 기운과 악재를 퇴치해주는 신ㆍ과거급제케 해주는 신ㆍ음식과 건강을 주관하는 간장신ㆍ사내아기를 점지해주는 신 등 다목적 하늘님으로 기능하며 민간에 뿌리 깊게 전해왔음을 알 수 있다.

사찰의 칠성각에 걸리는 칠성탱화에는 이 북두칠성이 일곱 분의 부처님, 칠성여래(또는 칠성불)로 신격화되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 칠성탱을 살펴보고 있자면 많은 의문점들이 일어나게 된다. 통례적으로 탱화의 정중앙에는 그 불화의 주존불이 그려진다. 그런데 칠성탱의 중심에는 칠성여래가 아니라, 어김없이 치성광여래가 금빛나는 둥근 금륜(金輪)을 들고 그 중심불로 앉아 있다. 그리고 칠성여래는 이 치성광여래를 보좌하는 형식으로 그 좌우에 서있는 형태로 묘사된다.

아미타탱의 주존불은 아미타불, 삼신탱의 주존불은 삼신불, 지장탱의 주존불은 물론 지장보살이다. 그런데 칠성탱의 주존불은 칠성불이 아니라 치성광불인 것이다. 이점 이외에 또 하나의 의문점은 한 작품 속에 여래격에 해당하는 신격(神格)이, 치성광여래와 칠성여래, 둘이라는 점이다. 보통 한 불화 속에 가장 높은 신격은 정중앙에 배치되는 여래 한 분이다. 이 주변으로 보살ㆍ성중ㆍ호법신 순으로 주존불을 보좌하는 협시군중이, 그 서열에 따라 중심에서 그림 바깥쪽으로 늘어서게 된다.

이처럼 불화의 기본 형식에서 확인되듯, 불교의 신전 안에는 많은 신들이 있으나 이들에게는 엄연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며 그 히에라르키(상하로 정렬되는 질서·조직관계)에 따라 배치가 결정된다. 그런데 칠성탱에는 최상의 신격에 해당하는 여래가 두 종류로 공존하는 이례적 현상을 보인다.

조선후기를 풍미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이 불화는, 이론상으로는 그 주존불의 명칭에 따라 ‘치성광탱’으로 불리어야 마땅하나 우리에게는 ‘칠성탱’으로 알려져 이미 그렇게 굳어져버린지 오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은 협시였던 칠성신의 인기가 주존불의 위상을 능가해버렸다는 것이다.

이 칠성탱의 연원을 따져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관련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고려시대 작품인 <치성광여래제성강림도>(미국 보스톤미술관 소장)를 만나게 된다. 북극성의 화신인 치성광여래가 북두칠성, 삼태육성, 28수 등의 제반 별자리 신들을 거느리고 지상으로 왕림하는 장면을 묘사한 불화이다. 이러한 형식의 불화는 조선전기까지 답습되어 내려온다(연재4 참조). 이 치성광여래제성강림도에는 칠성신이 그림 외곽에 포진한 28수와 같이 비교적 작게 묘사되어 잘 눈에 띠지 않는다. 특별히 강조된 바가 없고 또 형태도 여래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던 것이 조선후기의 작품들을 보면 어느새 그 모습이 커지고 또 형태도 여래형으로 바뀌어 대대적인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명칭도 더 이상 <치성광여래도>가 아니라 <칠성도>로 불리어 진다. 조선후기에 대유행하여 전해 내려온 이 칠성탱은, 한국 불교문화의 한 특징을 규정짓는 불화 장르로 그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된다.

그렇다면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많은 별자리신 중에 하나에 불과했던 칠성신은, 언제부터 또 어떠한 이유로 칠성여래인 부처님의 모습으로 새롭게 확대 해석되는 과감한 변신을 하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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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문에 실마리를 던져주는 귀중한 작품을 일본의 조그마한 어느 지방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교토 서원사를 본찰로 하는 한 정토종파 사원들이 소장한 보물들을 전시한 기획전이 일본 안성시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적이 있었다.

고려불화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그 이상으로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작품이 이 칠성도(보주원 소장, 그림1)이다. 조선시대 작품이 틀림없으나 조선후기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단아한 고식(古式)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가운데 치성광불 위로 포부도 당당하게 늘어서있는 칠성여래이다(그림2). 작품 위쪽으로 상서로운 오색의 기운이 뻗쳐오르고, 흰색과 붉은 색의 연화좌 위에 각기 다른 포즈와 수인을 취한 칠성여래가 탄생해 있다.
치성광불을 중심으로 일광보살과 월광보살, 삼태육성, 삼공, 보성과 필성, 그리고 28수가 빼곡이 둘러 있으나, 작품의 초점은 중심에 있다기보다 오히려 상단의 생동감 넘치는 칠성여래에 집중되어 있다. 도교의 성군(星君) 모습을 한 나머지 협시와는 구별되는 형태로, 그 강력한 존재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명칭은 의문의 여지없이 <칠성도>로 붙여지게 된 것이다.

조선후기 다수의 칠성탱에 선행하는 유일한 조선전기 작품(16세기)으로 추정되며, <치성광여래도>에서 탈피한 현존하는 최초의 <칠성탱>인 것이다. 비단 바탕의 고급스런 고려불화와는 달리 마본 바탕이고 또 조선 특유의 회화적 개성이 물씬 풍겨 서민적 냄새가 난다. 작품의 양식에서 조선후기 민중 불교의 서막을 알리는 전조를 느낄 수 있다. 대중 속에 이미 만연해 있던 칠성신앙이 불교로 포용되어, 그 민심이 칠성여래라는 부처님을 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이제 사찰 속에 마련된 칠성님의 전당, 칠성각은 대웅전 못지않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전각이 되었다.

 

강소연 박사(홍익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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