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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없는 사랑만이 지옥에서 해방    2007.5.2

 

 

휘영청 푸른 달과 그 주변을 가득 수놓은 금강석 별들이 영롱히 비치는 해인삼매(海印三昧)의 바다가 아니라, 분노로 활활 끓어오르는 불바다이다/ 보드라운 숨결과도 같은 금은(金銀) 모래사장이 아니라, 날카로운 칼날 빽빽이 돋친 철산이다/ 잿빛 번뇌를 씻어버리는 청량한 미풍(微風)이 아니라, 뜨거운 쇳가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퍼런 불길이다/ 무지개빛 극락조의 천상의 운율이 아니라, 살려달 라 울부짖는 절규의 아우성이다/ 따스한 봄 날씨 같은 관음의 자비의 손길이 아니라, 염라대왕의 냉혹한 죽음의 판결이다/ 성불(成佛)로의 길 밝히는 구원의 등불이 아니라, 칠흑 같은 암흑 속 번득이는 야차의 어금니이다/ 산호 수정 진주 아름열매의 칠보나무 울타리가 아니라, 몸이 쇠로된 뱀과 개가 불을 토하며 종횡무진 내닫는 천길 쇠담장이다/ 영혼의 허기와 갈증을 달래는 청량 감로수(甘露水)가 아니라, 영겁토록 뜨거운 철환을 삼키고 뜨거운 구리쇳물을 마셔야한다/ 금빛찬연 눈부신 아미타의 무량광(無量光)이 아니라, 적의와 증오로 이글거리는 확탕(鑊湯)지옥 검은 연기이다/ 비상할 것만 같은 벅차오르는 환희심이 아니라, 천근 무게의 몸을 끌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흑암(黑暗) 미로이다/ 삼라만상 영롱히 밝히는 불성(佛性)의 인드라 망(網)이 아니라, 옴쭉달싹 조여드는 철수갑 철사슬이다.

인간은 육도윤회(六道輪廻)의 그물에 걸려 벗어나지 못하고 이 여섯 세계를 돌고 또 돈다고 한다. 천계, 인간계, 수라계, 축생계, 아귀계, 지옥계의 육도 중 지옥은 가장 바닥 중 바닥의 장소이다. 여러 가지 고민과 번뇌의 상태 즉 미혹하고 혼돈스러운 상태의 미계(迷界)가 바로 우리의 현주소, 차안(此岸)이라면, 이 육도윤회의 상태를 벗어나 생사(生死)를 초월한 깨달음의 경지가 피안(彼岸)이다. 그런데 이 경지는 생사를 ‘초월’한 경지라기보다, 생사에 ‘초연’한 경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태어나면 누구나 다 살아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지만, 삶의 많은 모퉁이를 돌때마다 인생은 매번 당혹스럽다.

이러한 혼돈스런 차안에서 피안으로 이르게 하는 것이, 불도수행(佛道修行)이고, 이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당혹스러워하는 수많은 중생들에게 사는 목표와 방법을 제시한다. 즉 ‘인생(人生)’이란 곧 피안을 지향하는 ‘수행(修行)의 과정’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란 이러한 수행을 위한 ‘교육’이다. 또 부처님은, ‘삼계도사(三界導師) 사생자부(四生慈父)ㆍ시아본사(是我本師)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이란 예불문 문구 그대로, 미혹한 삼계의 중생을 이끄는 스승(三界導師), 우리의 위대한 스승(是我本師), 즉 우리를 지도하는 대교육자(The Great Teacher)가 된다.

각양각색의 상태에 있는 중생의 다양한 소원과 바람을 들어주고 또 이들을 이끌어 지도하고 구제하기위해, 많은 여래와 보살들이 방편(方便)의 묘(妙)를 살려 시대와 장소에 따라 출현하여, 불교의 세계를 아름답게 장엄한다. 그런데 부처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구제불능의 장소가 있다. 지옥이다.

‘지옥(地獄)’은 산스크리트어 ‘나라카(Naraka)'를 의역한 말인데, 이를 음역하면 ‘나락’이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극한 상황을 보통 ‘나락에 떨어지다’, ‘나락에 빠지다’라고 말한다. <지장보살본원경>에는 나락 즉 지옥에 떨어지면 수천 겁이 지나도 벗어날 기약이 없다고 한다. 극락(極樂)의 반대인 극고(極苦)의 장소. 이 지옥의 묘사가 매우 생생하게 펼쳐지는 <왕생요집>(일본 헤이안시대 승려 원신源信이 찬술한 것으로, 일본 정토교 형성의 초석이 된 경전)에는 지옥에 대한 구제는 일체 설해져 있지 않다.

물론, 이 나락 속의 영혼들에게도 희망은 있다. 지장보살이 성불마저 포기하고 세운 ‘악도에 떨어진 중생을 남김없이 구제하겠다’는 대본원(大本願)이다. 이 지장보살에게 부처님은 자신 대신에 ‘가없는 몸을 지옥에 나타내어 지옥문을 부수고 그곳의 중생을 천상에 태어나게 하라’고 부촉한다.

인간이 저지르는 끊임없는 악업에 따라 우후죽순식으로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이 지옥이기에 지옥의 수는 끝이 없다고 한다. 수많은 지옥 중에서도 무간지옥은 지옥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무간지옥(혹은 아비지옥, 아비는 산스크리트어 Avici의 음역)은 ‘무간(無間)’이라는 뜻대로 ‘사이가 없다’ ‘끊이지 않는다’라는 의미인데, ‘밤낮으로 받는 벌이 영겁토록 끊이지 않으므로ㆍ죄업의 인간으로 가득하므로ㆍ나유타 겁이 지나도록 고통이 끊이지 않으므로ㆍ백천 겁에 이르도록 하루낮 하룻밤 만 번 죽고 또 만 번 살아 잠시의 쉴 사이도 없으므로(지장본원경)’, 이를 무간지옥이라고 일컫는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통 속인 것이다.

고통이 극에 달한 죄인들이 끊임없이 울부짖는 곳을 규환(叫喚)지옥이라 하는데, 이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을 합하여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 지옥들은 <구사론>(인도 세친 저술, 4세기경, 대승 및 소승불교의 기초학 제공하는 귀중한 문헌)에서 팔열(八熱)지옥 속에 포함되기도 한다. <구사론>에는 주로 팔열지옥과 이에 대응되는 팔한(八寒)지옥의 종류가 설해져있다. 그 외, 고독(孤獨)지옥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는 특정한 장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강산, 들판, 허공 등에 시와 때가 없이 지은 업에 따라 존재하는 소지옥이다. 많은 현대인들은 바로 이 고독지옥에 갇혀있지 않은가.

우리가 지장시왕탱 또는 시왕탱의 하단에서 자주 발견하는 지옥으로, 우선 발설(拔舌)지옥이 있다.(그림3) 이는 죄인의 혀를 뽑아 소가 그 위에서 쟁기를 끌도록 하여 밭 갈듯 혀를 가는 고통을 주는 지옥이다. 이는 구업(口業) 즉 말로 지은 업장이 두터운 이가 받는 벌인데, ‘이간하는 두 가지 말을 말라ㆍ망령된 거짓말을 하지 말라ㆍ절대 남에게 추악한 언사를 쓰지 말라ㆍ절대 남에게 가식 있는 말을 말라’의 구업사계(口業四戒)를 지키지 않은 사람이 받는 벌이다. 가장 흔히 또 쉽게 일상적으로 저질러지는 업이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확탕(鑊湯)지옥의 역시 자주 눈에 띠는데, 죄인을 철창에 꿰어 불가마솥에 넣어 펄펄 끓이는 장면이다.(그림4) 주로 파계한 이들이 받는 고통이다. 또 살생, 도둑질, 사음을 한 사람들은 철산 사이에 가두어 놓고 눌러 압사시키는 형벌을 받는데, 이는 협산(夾山) 또는 중합(衆合)지옥의 광경이다.(그림1,2) 그 외에도 죄인의 온몸에 못을 박는 정철(釘鐵)지옥, 나무에 죄인을 묶고 톱으로 몸을 써는 거해(鋸解)지옥, 칼산에 갇히는 도산(刀山) 또는 검수(劍樹)지옥, 차디찬 얼음산의 한빙(寒氷)지옥 등이 있는데, 이러한 고통에서 중생을 자유케 할 수 있는 것은 지장보살의 무차별적이고도 무조건적인 사랑, 대지(大地)를 품는 크고도 위력적인 사랑만이 이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강소연 박사(홍익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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