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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는 모든 일이 업경대에 녹화되고 있다    2007.4.18

 

 

 …인간 백년 다 살아도 병든 날과 잠든 날과/ 근심걱정 다 제하면 단 사십을 못 사나니/ 어제 오늘 성턴 몸이 저녁낮에 병이 들어/ 섬섬하고 약한 몸에 태산같은 병이 들어/ 부르나니 어머니요 찾나니 냉수로다/ 인삼녹용 약을 쓴들 약덕이나 입을소냐/ 판수들여 경 읽은들 경 덕이나 입을소냐 …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전 비나이다/ 칠성님께 발원하여 부처님께 공양한들/ 어느 곳 부처님이 감동을 하실소냐/ 제1전에 진광대왕 제2전에 초강대왕 제3전에 송제대왕 제4전에 오관대왕 제5전에 염라대왕 제6전에 변성대왕 제7전에 태산대왕 제8전에 평등대왕 제9전에 도시대왕 제10전에 전륜대왕/ 열 시왕전 부린 사자 시왕전에 명을 받아 일직사자 월직사자 한 손에 패자들고/ 또 한 손에 창검들고 오라사슬 빗기차고 활등같이 굽은 길로 살대같이 달려와서/ 닫은 문 박차면서 천둥같이 호령하여 이름 석자 불러내어 어서나소 바삐 나소 …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슬퍼마라/ 명년 삼월 봄이 되면 너는 다시 피려니와/ 인생 한번 돌아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회심곡(回心曲), 서산대사, 조선중기>

세월을 이기는 사람은 없다. 삶에의 미련을 미처 못 버리고 마지막으로 발버둥쳐, 보약이다ㆍ공양이다ㆍ어머니ㆍ부처님 찾고ㆍ하나님까지 찾아보지만, 어느덧 어쩔 수 없는 죽음의 문턱이다. 시왕의 명령을 받아 나를 데리러 온 저승(일직ㆍ월직) 사자는 내 앞에 쏜살같이 달려와 오랏줄 들고 거역 못할 운명으로 떡하니 버티고 섰다. 세상은 젊음 찬양 일보이고, 내가 평생 일궈온 삶은 아픈 몸 하나에 무색해지는 듯하다.

회심(回心), ‘마음을 고쳐먹다 또는 마음을 돌려 반성하다’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이 회심곡은 조선중기의 고승 서산대사 휴정(1520-1604년)이 지은 장편 가사이다. 서산대사는 임진왜란 당시 73세 노장의 나이로 승병을 일으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스님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탓에 흉흉해진 민심을 정화시키고자, 착한 일을 권장하는 권선가(勸善歌)로서 이 회심곡을 지어 널리 퍼뜨렸다.

민요 및 상여소리의 일부로도 정착해 전래되어 우리에게 친숙한 이 회심곡이, 당시 민중 사이에 크게 유행했고 또 아직도 우리의 마음에 구구절절 와 닿는 이유는, 그 노랫말 속에 우리의 전통적 생사관이 아주 쉽고도 명료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image2} 사람은 칠성님께 명(命)을 받아 태어나고, 또 명이 다해 죽으면 생전에 지은 업대로 명부세계의 열 명의 시왕 앞에서 차례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지옥의 문턱으로 들어가는 순간의 묘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고, 이제서야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후회해야 소용이 없으니 살아생전 넉넉한 마음 착하게 다 쓰고 가자는 내용이다.

우리의 사후관인 극락과 지옥, 그 중 지옥세계를 담당하는 지장신앙과 시왕신앙의 전통은 어디서부터 유래하는 것일까.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유행한 지장신앙의 3대 경전으로는 ‘대승대집지장십륜경(약칭 지장십륜경)’, ‘점찰선악업보경’(약칭 점찰경), ‘지장보살본원경’이 있다. 전생의 선업과 악업을 점쳐, 그 깊은 업장을 씻고 청정함을 얻기 위해 지장보살을 염불하며 천일 간 참회의 수행 정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점찰법회’는, 신라시대 원광법사의 행적에서부터 확인된다.

현세 이익과 망자의 천도를 위해 행해진 이 점찰법회는 그 기록이 삼국유사 곳곳에서 확인되어 신라시대 당시 상당히 성행했던 법회 중 하나로 추정된다. ‘전생의 업’이란 마치 기독교의 ‘인간의 원죄’ 와도 같은 종교적 기능을 하여, 그 참회 의식과 수행을 통해 일종의 마음의 정화를 얻는다. 심적 카타르시스가 깊을수록 신자들은 마치 다시 태어난 듯한 청정함과 마음의 평화를 얻는 종교적 체험을 한다.

그리고 고려시대에 서민에까지 널리 유행했던 ‘십재일(十齋日)’ 역시 지장본원경에 그 연원을 두며, 경전에 명기된 10일간 만이라도 경전을 독송하고 계를 지키면 현세의 모든 업장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각각의 10일에 시왕과 원불(願佛)의 명칭 그리고 이들에게 각각 재(齋)를 올림으로써 피해갈 수 있는 지옥이 대응되게 나열되어, 현세뿐 아니라 다가올 내세에서의 고통까지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지장신앙 관련 초기 경전인 지장십륜경에서도 알 수 있듯, 대지(大地)의 신(神)인 지장보살은 처음에는 현세의 이익과 풍요로움에 그 역할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나, 이것이 점점 현세와 내세 양자를 겸해 다루는 역할로, 또 나중에는 내세 즉 망자의 천도 쪽으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통사적 전이 현상을 볼 수 있다.

{image3} 이렇듯 지장보살이 명부세계의 구원자로서 그 역할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은, 지장신앙과 시왕신앙의 결합하면서 부터라 하겠다. 있다. 이미 중국 당 중기에 예수시왕생칠경(預修十王生七經)이라는 위경(僞經)이 찬술되어, 지장신앙과 중국 명부신앙이 결합하게 된다. 대표적 시왕으로는 염라대왕, 태산대왕을 들 수가 있는데, 염라대왕(또는 염라천자)은 본래 인도의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야마천(夜摩天)’으로 이를 음역한 것이 ‘염라’이다. 또 태산대왕은 인간의 복록과 수명을 관장하는 중국 고유(또는 도교)의 대표 신인 ‘태산부군(泰山府君)’으로, 양자 즉 인도와 중국의 고유 명부신앙 속의 신들이 불교로 포섭되어 시왕신앙이 형성되게 되었다.

고려에 이어 조선시대로 오게 되면 지장보살과 시왕은 지옥의 구원자와 심판관으로, 민중 사이에 더욱 그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된다. 지금도 사찰의 명부전을 들여다보면, 지장보살(협시하는 무독귀왕과 도명존자와 함께 지장삼존)을 중심으로 좌우에 시왕이 늘어서는 명부세계의 체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신앙을 중심으로 산 사람을 위한 ‘예수재(預修齋)’와 죽은 사람을 위한 ‘49재’가 성행하여 현재까지 성행히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예수(預修)’란 ‘미리 닦는다’라는 뜻 그대로 49재를 미리 닦아 두어, 죽은 뒤 49일 동안 영혼이 중음(中陰 또는 中有: 죽은 후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의 사이, 영혼이 다시 태어날 곳이 정해지지 않고 정착 못하고 떠도는 기간)에서 헤매는 것을 방지한다. 49재(7ㆍ7일, 죽은지 49일째 되는 날)는 떠돌던 영혼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는 날과도 같은데, 후손들이 열심히 공덕을 들이면 망자의 업이 감해져 그 영혼이 안락한 곳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우리의 대표적 영혼 천도재(薦度齋) 중 하나이다.

죽은 영혼은 49재가 있는 날까지 일곱 명의 시왕의 심판을 거쳐야 하며, 49재가 끝나도 백일재(百日齋),소상재(小喪齋), 대상재(大喪齋)에 해당하는 나머지 세 명의 시왕의 심판을, 총 열 명의 시왕(十王)을 거쳐야 비로서 그 영혼의 길고도 고된 여정이 끝이 난다. (계속)

 

 

강소연 박사(홍익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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