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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끝의 낙원>

by 강소연 posted Feb 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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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골목을 돌고 돌면

옛날 우리집이 나올 것만 같다.

 

삐걱 철제문 소리가 나면,

아이들은 놀다가도 귀신같이 알아듣고

일제히 튀어나온다.

아빠닷!

 

옷 갈아 입던 아빠에게서

‘바삭’ 소리라도 날라치면

‘과자닷’하며 달려든다

호주머니 뒤져 나온 건

에이 실망,

기껏 담배 껍질

 

어둠이 정원에 내리면

안방의 불이 켜진다.

그리고

커다란 저녁상을

엄마와 아빠가 맞들고

문지방 두어 개를 넘어 들여온다

 

저녁상은 매일 진수성찬

갓 구워진 생선, 보글 된장찌개, 아삭 상추

숟갈위엔 먼저 하얀 쌀밥,

뼈 바른 하얀 생선살을 올려주는 엄마

나는 벌릴 수 있는 최대한 크게

입을 벌린다. 아-

그리고 김치 한 조각 우물우물

오빠는 밥 먹다 말고 꾸벅 존다

낮에 어찌나 심하게 놀았던지

 

저녁밥 먹고 나면,

마당의 나무 가로등에 불이 켜지고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한다.

아무리 꽥꽥 대도

시끄럽다 야단맞을 일 없는 공간

 

안채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속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그만 들어와라-

 

우리는 세상 모르게

곯아 떨어져 뒹군다

 

저 골목 끝에…

아직도…

그대로 있는…

나의 낙원…

 

 

                   - <골목 끝의 낙원>

 

                                                    강소연 자작시

 

 

noname01.jpg

 

 

저는 어릴 시절을 경주에서 보냈습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사정동 골기와집.

 

집 마당에는 타원형 화단이 커다랗게 있었습니다.

 

마당 화단에는 분홍 솜사탕 꽃이 피는 소풀나무, 

달큰한 열매 맺는 무화과나무,

아침에 학교 잘다녀오라는 활짝 오랑캐 꽃,

 

담벽을 따라 있던 화단에는

 

탐스러운 하얀 목련 나무,

 

감꽃 떨어져 목걸이 만드는 감 나무,

 

스스스 바람불면 부대끼는 대나무,

 

왼쪽 마당에는 초롱초롱 알 맺히는 포도 덩쿨 나무,

 

아버지 사랑방(서재) 앞에는, 확 꺽이는 부채같은 파초,

 

그리고 불때는 아궁이

 

 

해선이 누나 방 창문 앞에는

 

향기로운 아카시아

 

 

작약, 사루비아, 석류 나무 ...

 

 

 

어릴 적의

 

집 마당은 낙원이었습니다. 

 

대청 마루에 앉아

 

하루 종일

 

멍- 하니

 

 

정원을 바라보며 

 

넋놓고 

 

앉아 있곤 했습니다.  

 

 

 

 

경주를 떠나 서울로, 미국으로, 다시 서울로,

 

영국으로, 일본으로, 대만으로, 다시 서울로

 

클수록 세상은 정글이었습니다. 

 

 

그 낙원은

 

이제

 

마음 속에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마음 속의 낙원,

 

항상 그 때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