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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7/21/2021 <특별기고> ‘소림사 영산회상도’ 추적·환수기

by 강소연 posted Jul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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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밀거래 현장 포착…‘니가 왜 거기서 나와’

 

  • 강소연 중앙승가대 불교문화재학과 교수
  • 승인 2021.07.21 11:11
  • 특별기고 / ‘소림사 영산회상도’ 추적·환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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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최대 경매사 ‘서바스타스 달레이’ 사이트에 등장한 부천 소림사 ‘영산회상도’(캡쳐). 소림사 스님과 신도들이 기금을 모연, 강소연 교수 도움을 받아 온라인 경매로 낙찰 받아 귀국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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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림사 건립 때 조성한 불화
    봉안한지 2년 만에 자취 감춰
    스페인 경매사이트 거래 제보

    환수방법은 최고가 낙찰 뿐
    스님 신도 모연해 매입 환수

    지능화 다양화된 밀거래 양상
    영구 유실 막을 길 찾아야

    부천 소림사 건립 당시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화가 지난 6월 스페인 경매 사이트 서바스타스 달레이(Subastas Darley)에 나왔다. 세계 미술품 경매 양대 산맥인 크리스티(Christie's)와 소더비(Sotheby's)가 아닌 유럽 경매 시장에 한국 불화가 나온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화기에 ‘소사읍 소림사’가 새겨져 있다는 제보를 받은 소림사 현서스님과 강소연 교수는 추적에 나섰지만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직접 입찰에 참여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실시간 경매 경합 끝에 낙찰한 소림사 불화는 현재(7월22일) 스페인 세관에 있다.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한 강소연 교수가 본지 기획 ‘전통사찰 리포트-돌아오지 못한 1만점...진화하는 ‘지능 범죄’ 대책은?‘ 제하의 기사에 공감을 표하며 기고를 보냈다. 강 교수의 생생한 목소리로 소림사 불화 환수기를 전한다
    사진01_스페인경매회사사이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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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희 사찰 탱화가 스페인 미술경매에 떴어요!”라는 다급한 전화가 부천 소림사 현서스님으로부터 걸려 왔다. 내용인 즉, 사찰 건립 초기 을사(1965)년명 법당 탱화가 ‘달레이(Darley)’라는 스페인의 경매회사 사이트에 경매로 나왔다는 것. 그리 오래된 탱화가 아니고 보물급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찰의 현재 주지 도일스님의 은사 일원스님과 초창기 신도님들 존명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사찰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소중한 기록이 담긴 탱화였다. 

    세계 곳곳을 떠도는 우리 문화재
    놀라운 것은 유럽 지중해권 경매회사에서 우리나라 사찰 유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 지사를 갖고 있는 유명 미술경매 회사 ‘소더비스(Sotheby's)’ 또는 ‘크리스티(Christie's)’의 미국권 뉴욕지사에서 우리 유물이 나오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지중해권의 가장 큰 미술경매 회사로 알려진 ‘달레이’(스페인 발렌시아 위치)에서 우리 사찰 유물이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제는 미국권을 넘어 해외 전역 곳곳을 우리 유물이 떠돌고 있다는 반증이다. 

    필자는 약 10년 넘게 해외에 체류하며 국외로 유출된 우리 불교미술을 연구 조사한 바 있다. 총 160점으로 집계되는 고려불화의 경우, 국내에는 딱 3점 있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에 유출되어 있다. 충격적인 수치이다. 과거에 유출된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까지도 유물의 도난과 유출은 끊이지 않고 줄기차게 계속되고 있다.  

    스페인 경매에 나온 소림사 ‘영산회상도’의 상황은 급박했다. 그 이유는 (이 사실을 알게 된) 당장 며칠 뒤인 6월24일 오후3시 정각부터 실제 경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LIVE AUCTION, ASIAN FINE ART(생중계 현장 경매, 아시아 미술품)’이라는 팝업창이 해당 사이트에 대문짝만하게 뜬 것이다. 본 탱화가 사찰에 있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신도님들과 함께 급하게 모은 보시금의 액수를 적은 편지를 급히 회사 측에 보냈으나 돌아온 답은 짧았다. “입찰하라”는 것이었다. 

    지난 2016년 프랑스에 유출된 고성 옥천사 ‘제2초강대왕도’를 찾아왔을 때와 상황이 달랐다. 그 때는 개인 소장자를 설득하면 되었지만, 이번 경우는 경매회사에 이미 상장된 것이기에 경매에 입찰해서 경쟁을 통해 낙찰 받는 수밖에 없었다. 경매회사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정보를 철저히 비밀리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에, 도난 또는 유출 문화재 운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장 경매 때 다른 입찰자가 낙찰 받아 가버리면 그만이다. 영영 큰 스님 작품은 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해외 유출 문화재 7만4000천점
    30년 넘게 불교문화재를 조사하고 연구하고 있지만, 사찰 문화재의 국내외 유출 문제는 사실 하루 이틀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입양아 수출 세계 1위뿐만 아니라 문화재 유출 세계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자랑한다. 문화재청 공식 발표, 해외 유출 문화재 건 수가 무려 7만4000여 점에 달한다. 참으로 놀랄만한 수치인데, 이중 과반 수 이상이 불교문화재라는 것이다. 오랜 해외 조사 기간 동안 구천을 떠돌며 조우했던 우리 불교미술 작품들. 이 작품들을 조사할 때마다 참으로 가슴 시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조사를 마치고 돌아 나올 때마다 참으로 착잡했다. 그 이유는 특히 일본 사찰의 경우, 소장된 우리 불교 명작들을 일본인 스님들이 너무나도 철저하게 또 애지중지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조사하는 동안, 혹시라도 작품에 무슨 일이 있을까, 옆에 무릎을 꿇고 3시간이건 4시간이건 지키고 앉아 있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작품을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 수차례 신중한 회의와 토론을 거쳐 보호에 만전을 기한다. 우리 것을 훔쳐간 일본을 결코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미술은 개인적 ‘소유물’이 아니라 공공의 ‘성보(聖寶)’라는 그들의 확고한 인식이 부러운 것이다.  

    사찰 유물은 ‘부처님’ 그 자체다
    해외 유출 문화재의 환수도 문제지만, 애초의 도난 및 유출의 예방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찰 유물의 목록화 및 성보박물관에 상주하는 전문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 또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세관에서의 보다 강화된 검역이 필요하겠다. 강력화 된 처벌 및 회수의 법제화 또한 필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보에 대한 ‘인식 전환’이 먼저다. 사찰 문화재를 ‘금전적 가치’로만 보는 삿된 인식이 이러한 도난과 유출을 초래하는 근본 이유이다. 

    사찰 문화재는 ‘성스러운 진리를 담은 보배’이기에 ‘성보(聖寶)’라 한다. 사찰 유물은 근본적으로 ‘부처님과 보살님 그 자체’라는 사실은 명심해야 한다. ‘불교의 진리’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 ‘불교 미술’이고, 문자로 나타낸 것이 ‘불교 경전’이다. ‘불교 진리’와 ‘불교 미술’, ‘불교 경전’은 삼위일체로 똑같은 것이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한마디로 사찰 유물을 ‘돈’으로 보지 말고, ‘부처님’으로 보라는 것이다. 

    도난 유물은 가혹한 운명을 맞는다. 사찰명 등이 기록되어 있을 경우, 출처를 숨기기 위해 화기(畵記) 부분을 찢고 훼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장경>에는 ‘사찰의 재물에 손을 대거나’ 또는 ‘부처님 몸에 피를 내면’ 바로 ‘무간지옥에 떨어진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어떻게 부처님을 훔치고 훼손하고, 또 사고 팔 수 있는가!     

    ‘영구 유실’의 심각성
    스페인 경매 회사 측에 입찰 서류를 전송하고, 경매 개장 시간인 밤 10시(스페인 시간 오후3시)부터 대기했다. 국제전화로 현장 중계가 연결된 것은 자정이 넘는 시간이었다. 우리 탱화를 선점하기 위해 전화기 너머로 생생하게 들려오는 현지 외국인들의 가격 부르는 소리. 입찰 가격이 순식간에 치솟는 것이 실시간 온라인으로 보도된다. 치열한 경합 끝에 결국 낙찰 받아 무사 귀환하게 되었지만, 전화를 끊고 밀려오는 씁쓸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이번 것은 다행히 발견했기에 망정이지(제보자 한양대학 손익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조금만 늦었어도 영영 귀환하지 못할 뻔 했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온라인 경매’ 시스템이 전면 구축되고 활성화 일로이다. 위탁자와 구매자 비공개 원칙의 신속한 매매 방식으로, 영구히 놓치고 마는 사찰 유물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사찰 유물은 ‘돈 되는 골동품’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불교의 성보’이자 ‘나라의 보물’이다. 사찰의 성보가 사라진다는 것은 옛 기록대로,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불교의 근간은 말할 것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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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소연 승가대학 불교문화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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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 탱화 환수에 발빠르게 대처한 3인, 그 결과 무사 귀환하게 된다. 왼쪽부터 강소연교수, 소림사 도일주지스님, 현서총무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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