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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봉은판전] 2014. 8월호

 

무상無常,

그러니 머물지 말라!

 

강소연 불교미술사학자·홍익대 겸임교수

보우당 탱화이야기 (5) 극락의 나무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 두 번째 발을 담글 때의 강물은 같은 강물이 아니며 그도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 헤라클레이토스 -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흩어져서는 다시 밀려오고 밀려와서는 다시 흩어져 간다. 모든 것은 유동하는 변화의 산물이며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불변적인 요소가 있을 수 없다.’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그의 <만물유전萬物流轉>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일견, 강은 언제나 똑같은 강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나무도, 풀도, 공기도, 그리고 나도, 상대방도, 마찬가지이다. 겉으로 찰나적으로 상相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존재는 끊임없는 흐름 속에 있다는 것. 어떤 생명체이건 실제 그 안에서는 무수한 세포분열과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살아있다’라는 것은 부단한 생물학적 움직임 속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현존現存의 실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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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보수관寶樹觀(극락의 나무를 관하다). 보우당 탱화 (정면에서 보아) 우측 하단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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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봉은사 보우당 ‘관경16관변상도 탱화' 전도. 오른쪽 끝부분이 극락의 나무.

 

 

악몽에서 깨어나라, 망상에서 깨어나라!

 

만물은 유전하며 같은 상태로 한 순간도 존재하지는 않는다’‘, 만물은 흘러가고결코 머무는 일이 없다’라고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등 이구동성 말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일찍이‘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정의하셨다‘. 나’라는 자의식이라든가, 직위·감정·경험 등의 특정 가치가 고정적으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었던 경험이라도, 아무리 아픈 상처라도, 머릿속에서‘고정적인 것’으로 붙들고 있지 않는 한, 그것은 어디에도 없다. 생명체의 본질 자체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니, 만약 생각을 어디에 고착시킨다거나 육체를 게으름 속에 방치한다면 바로 고통이 온다. 무엇이든 유상有常으로 머무는 순간, 생명활동의 법칙인 무상無常에 반反하므로 고통이 온다.

 

중국 선종의 초조初祖 달마대사에게 혜가는‘, 제 마음이 편치 못하오니 대사께서편하게 해주소서’라고 토로했다. 달마 왈‘, 그 마음을 찾아 가지고 오라. 그러면편하게 해주리라.’혜가는 밤새도록‘편치 못한 마음의 실체’를 찾으려 했으나, 도대체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디 있단 말인가, 몸 속에 있는가, 생각 속에 있는가, 머릿속에 있는가. 그렇다면 생각은 어디에 있는가, 느낌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찾으려는 순간, 대상은 사라졌다. 혜가에게‘관觀하는 마음’이 발동 된 것이다. 사실 모든 것은 일어나는 순간, 동시에 사라져 간다. 우리가 특정 해프닝에‘, 버려졌다’‘배신당했다’‘모함 당했다’등 자기만의‘스토리’를 갖다 붙이지 않는 한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이가 자기만의 꿈을 꾸고 그 꿈속을 살고 있는 것이다.

 

사회체재나 제도라는 것도, 자칫 과열된 경쟁 속에서, 집단 악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심한 악몽이라도 꿈에 불과하다. 그러니 어서 꿈에서 깨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슬퍼하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아파하지 말라 하신다. 세상만사는‘자기가 있다고 착각하는 어리석음(치痴)’‘, 거기서 나오는 탐심(탐貪)’, 그리고탐심이 채워지지 않을 때의 분노(진嗔)’에 기인한 망상일 뿐. 티벳스님 아남 툽텐은 우리의 의식은‘, 망상’상태이거나‘깨어있는’상태, 이 둘 중에 하나밖에는 없다고 한다. 깨어있지 않는 한, 무조건 다 망상인 것이다. 그러니‘전도몽상’되어 쓸데없이 고통 받지 말라고, 모든 것은 무상無常임을 알라고, 부처님께서는 누누이 당부하신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화엄경, 아미타경, 반야경 등 수많은 경전에서는 모든 것이 연기緣起 화생하여 변화무쌍하게 모습을 바꾸어가는 우주의 법칙을 설하고 있다. 나를 포함한 세상 만물은 끊임없이 유전한다. 탄생은 성장으로, 노화로, 죽음으로 이어진다. 죽으면 유기물에서 무기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때와 인연이 되면 다시 유기체로 살아나 이를 반복한다.

 

보배나무의 꽃봉오리에서는 온갖 열매가 맺히고 있는데, 그것은 흡사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나오는 보배 병과 같다. 거기서 눈부신 광명이 나오고 그것은 그대로 깃발로 변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배 일산이 된다. 보배 일산 속에는 삼천대천세계 모든 부처님 세계의 일이 비쳐 나타나고, 시방세계 불국토 또한 그 안에 나타난다. 이같이 보배 나무를 관조하라.  - 극락의 나무를 관觀하는‘보수관寶樹觀’<관무량수경> -

 

극락의 땅에서는 높이가 8천 유순되는 보배나무가 자라고 꽃과 잎사귀 마다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사진2). 꽃봉오리에서는 열매가 맺히고, 열매에서는 온갖 진귀한 여의주가 알알이 빛을 발하고, 찬란한 빛줄기들은 깃발로 변해 일제히 나부끼다가, 다시 무수한 보배 일산으로 변하고, 일산 속에서는 우주에 가득한 화불化佛이 나타난다. 법계法界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무상無常의 법칙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그 속의 한 점, 모래알에 불과하다.

 

이따금 한 마리 새가 우짖을 때

또는 한 줄기 바람이 나뭇가지를 지나갈 때

또는 한 마리 개가 먼 농가에서 짖을 때

나는 말 없이 오래 귀기울이곤 하노라

내 영혼은 즉시 옛날로 날아 돌아가노니

잊혀진 천 년 전의 그 옛날

새와 부는 바람이 나를 닮았고

내 형제였던 옛날로 가노라

내 영혼은 나무가 되고

짐승이 되고 그리고 떠도는 구름이 되어

그리고 모습이 바뀌어 낯선 것으로 돌아와

내게 묻는다

내 무엇이라 대답하랴?

- 이따금(헤르만 헤세) -

 

사진 및 글 출처 : 월간 봉은판전 2014.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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