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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부처님 말씀' 지키는 수호신의 우두머리    2007.12.19

 

조선초기 추정, 비단에 채색, 97.5x54.0cm, 일본 교토 세이타쿠인(聖澤院) 소장

 

제석님은 전통적으로 우리 선조들에게 어떠한 존재였을까. 조선중기의 고승 서산대사(1520~1604)가 지어 민간에 크게 유행,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회심곡>에는 ‘제석님께 복(福)을 타고’ 사람은 태어난다고 하여, 제석님은 ‘복을 가져다주는 신’으로 나타나있다. ‘복을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넓은 의미로 사람들에게 풍부한 현실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뜻을 지녔다 하겠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제석님을 모시는 신앙을 그 유래가 매우 깊은데, 백제의 무왕이 궁궐을 왕궁평에 옮겨 짓고 그 근처에 제석천을 모시는 제석사를 두어 왕실 및 국가의 안녕을 빌었다 한다. 이러한 제석신앙 전통이 고려시대까지 이어졌다는 것을 고려사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고려시대에도 궁궐 안팎으로 제석원을 두어 정사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그 역할을 수행했음을 알 수 있다.

제석천은 부처님의 말씀, 불법(佛法)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팔부중, 금강역사, 사천왕 등 많은 수호신들 중에서도 범천과 짝을 이루어 수호신의 우두머리 격이다. 그렇기에 그 모습도 무기를 들고 갑옷을 입고 무장을 하고 등장하는 여타의 우락부락한 수호신들과는 조금 격이 다르다. 석굴암에 나타나있는 통일신라의 제석천의 모습을 보면, 수호신장임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귀족적인 풍모를 뽐내고 있다. 또 본 작품(그림1)을 비롯하여 조선후기의 다수의 제석탱화 및 신중탱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제석천 역시 매우 여성적이면서 우아한 보살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제석천은 ‘도리천’이라는 하늘에서 인간세상을 굽어보는 하늘신인데, 도리천의 사방에는 봉우리가 있고 그곳에 8천(天)씩 모두 32천이 살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 주변 32천을 다스리는 제석천까지 합하여 도리천에는 총 33천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도리천을 ‘33천’이라고도 부른다. 그는 도리천에 있는 선견성(善見城)의 선법당(善法堂)에 머무는데, 본 작품에서 제석천이 들고있는 하늘 부채에는 이 선견성의 모습(그림2)이 상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선견성과 선법당, 제석천이 머무는 궁전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이곳에서 인간세상의 선행(善行), 착한 행위를 굽어 살피고 악행이 판을 치지 않게 지켜본다.

『장아함경』의 「도리천품」에는 「매월 15일 사천왕은 몸소 나서서 천하를 돌아보고, 세간의 만 백성이 효를 행하는 지 불효하는지를 관찰하고, 선법당에 나아가 이를 제석천에게 보고한다. 만약 세상 사람들이 나쁜 짓을 많이 저지르고, 부모에게 효하지 않고, 스승과 어른을 존경하지 않고, 재계를 닦지 않고, 빈궁한 이를 돕지 않는다 하면, 이에 천인(天人)의 무리는 감소하고 아수라의 무리가 증가되어 이를 걱정한다. 만약 사람들이 부모에게 효순하고 스승과 어른에게 공경하고, 재계를 부지런히 닦고, 가난한 자들에게 보시한다면, 반대로 천인의 무리는 증가하고 아수라의 무리는 감소하여 크게 기뻐한다」라고 쓰여 있다.

제석천은 선을 상징하며, 악을 상징하는 아수라군과 맞서는 것이다. 세상의 악이 줄어들어 제석천이 즐거울 때에는 국토가 안정되고 민심이 불안하지 않고, 반대로 그가 노할 때에는 전쟁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렇게 인간세상에서 악이 늘어나지 않게 단속하는 하늘신이기도 하지만, 제석천은 석가모니의 진리의 말씀을 수호하는 지킴이로서 그 기본적인 임무를 맡고 있다. 물론 불법을 지킨다는 것은 1차원적으로 말씀이 담긴 경전을 지키는 것, 나아가 그것이 상징하는 진리의 세계ㆍ불교의 세계를 지키는 것, 더 나아가 불법으로 통치되는 이 나라를 지키는 호국신앙으로까지 발전한다.

고려사의 기록을 보면, 신라 중 홍경이 당나라로부터 대장경을 실어왔는데 왕이 친히 영접하고 대장경은 제석원에 보관하였다라고 쓰여 있다. 또 주로 궁궐의 문덕전(文德殿) 및 수문전(脩文殿) 등에서 제석도량을 7일 동안 계속 베풀었다라는 기록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이들 궁내 관청들은 역대 문서 및 경전들을 보관하고 이를 왕에게 강론하는 곳이었다. 나라의 종교가 불교인 시대에 불법을 지킨다는 것은 나라를 지킨다는 호국신앙과 직결되기에, 외적의 간섭과 침입이 빈번했던 고려시대에는 유독이 제석도량이 빈번히 행해졌던 것이다.

조선시대에 들어오면 불교경전의 수호신은 중국 명나라 황실의 영향으로 위태천으로 바뀌게 된다. 석가모니에게 설법을 하도록 권하여 범천권청(梵天勸請)으로 유명한 범천과 그 자리에서 같이 그 설법을 지킨 제석천, 그리고 후대의 위태천이 더해져 이 세 존상은 모두 불법의 수호신으로, 현재에도 무수히 그려지고 있는 신중탱화의 가장 중심에 위치하는 주된 세 존상이기도 하다.

불교의 전래와 더불어 ‘하늘에 제석천이 있다’라는 신앙은 우리 고유의 천신(天神) 신앙과 결부되게 된다. 국가에서는 환인, 환웅, 단군을 삼성(三聖)으로 모셨는데, 이는 삼신제석 또는 삼불제석으로서 무속에서는 환인제석, 환웅제석, 단군제석으로 불리어졌다. 이는 더 아래로 민간으로 퍼져나가 아기를 점지하고 보호하는 삼신(태신-태를 만드는 신, 산신-아기를 낳게 하는 신, 육신-아기를 기르는 신)으로도 전이되고, 세간에 유행하던 민간신화와도 결합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사람들의 바람에 따라, 사람들이 가장 간절히 염원하는 것에 따라 신들은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신들도 시대에 맞추어 발전하고 변모하는 것이다. 제석신 역시 전래 이래 옛 사람들의 다양한 소원을 들어주며 그 신앙과 더불어 모습을 변모해왔다. 그 존상은 아직도 사찰의 탱화 속에서는 아름다운 제석신의 모습으로 살아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캡션>

그림1 아름답고도 근엄한 조선초기 제석천의 얼굴, <제석천도> 일본 교토 세이타쿠인(聖澤院)소장

그림2 부채 속에는 제석천이 살고 있다는 선견성(善見城) 궁궐이 보이고 그 밑으로는 해와 달이 돌고 있다.

그림3 섬세한 손으로 부채대를 받치고 있다. 비단 천의와 구슬 장식이 화려하다.

 

<연재를 마치며> ‘불화 속의 명장면’을 소개하고 싶다는 필자에게, 현대불교신문의 임연태부장님은 선뜻 신문 한 지면을 제안하셨다. ‘과연 해 낼 수 있을까’하며 가슴 설레어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글을 써 나가면서 독자분들에게 알려드린 것보다 스스로 배운 것이 더 많았다. 또 글쓰기 방식에 있어서도 더 친절한 글쓰기를 하여야겠구나하고 절실하게 느꼈다. 아는 것을 ‘어떻게’ 풀어내는가, 즉 방편의 묘(妙)를 체득한다는 것은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전문적 데이터야 공부하면 되지만, 나를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상대를 위한, 상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글쓰기가 되려면, 우선 인생공부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생공부는 도서관이나 자료실에 얻어질리 만무하고 또 시간도 무척 걸린다. 깊어가는 겨울이다. ‘봄에는 태어나고(生), 여름에는 자라나고(長), 가을에는 수확하고(收), 겨울에는 저장한다(藏)’고 한다. 계절은 생각보다 항상 한 발 앞서 간다. 이제 모든 것을 안으로 간직하는 계절 겨울이다. 땅의 움츠림은 단순한 은닉 그 이상을 상징한다. 안으로 자양분을 깊이 숙성시키며 그것을 다시 세상의 아름다움으로 뿜어낼 봄날의 빛을 기다리는 것이다. 앞으로 좀 더 안으로 깊이 성숙한 뒤에, 다시 독자 여러분과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소재를 가지고 만나뵈올 새 봄날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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